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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바꾸는 자기 혁명, 몰입
황농문
2007. 12. 10 / 랜덤하우스코리아
얼마 전, 황농문 교수의 책, “몰입”에 몰입해버렸다.
몇 달 전부터 아무리 연구실에 앉아있어도 집중이 되질 않고 망상과 불안에 빠지는 시간이 너무 많아졌다. 하루하루가 어쩔 줄을 모르게 흘러가는 것을 몸으로 느끼면서 심한 자괴감에 시달리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찾은 힐(heal)포션이 바로 이 책이었다.
여담으로, 나는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다. (아니, 않아왔다.) 자본주의 시대의 서점에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이 출판되고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다. 나는 가끔 그것을 혐오한다. 그들은 끊임없이 개인에 집중하면서, 왜 더 열심히, 무슨 환경이라도 뛰어넘기 위해 죽어라고 뛰지 않느냐고 질책한다. 성공신화를 포장하여 재생산하면서 ‘봐, 너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어’라고 세뇌한다. 개인, 나 자신에 대한 천착. 그것이 심해지면, 때로는 개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적인 결함과 정작 썩은 ‘뿌리’들을 간과하고 정말 중요한 문제들을 잊어버리게 됨을 느낀다. 사실 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 그것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는 충분히 알고 있고, 많은 가치 있는 자기계발서들을 존중한다. 단지 그것에 빠져버리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고 싶어했다는 편이 맞을 듯하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합리화에 가까운 여담일 뿐, 사실은 스스로의 자존심 아닌 자만심에, 자기계발서가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남의 얘기를 들을 필요 없이, 많은 일을 알아서, 혹은 열심히 해왔다는 근거 없는 자신이 있었는지? 그런 책들에서 한 번도 감흥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그냥 치기어린 자존심에 먹고 살던 나도, 이번엔 졌다.
이 방만한 정신을 추스릴 수 있는 자기계발서 한권이 절실해지는 순간이 온 것이다. 한 2-3년 전인가 수업시간에 상담전공의 교수님이 황농문 교수를 소개한 적이 있었다. 몰입의 대가로 자신이 직접 몰입에 빠져들 수 있는 체계적인 단계를 개발했다면서. 흥미롭지만 당시에는 쉽게 지나쳤던 기억이 절박함 앞에서 강렬히 다가와,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먹어치우듯 읽어나가게 되었다.
스스로 돌아보자면 살아오면서, 몰입 경험을 적잖이 해왔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피아노를 치면서, 책을 읽으며, 혹은 공부를 하며, 수많은 활동에서 시간이 가는 것을 완전히 잊어버리며 나만의 시공간에 빠져버린 순간순간들이 모두 몰입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주제에 대해 생각하고 읽고 쓰는 활동들에서 느끼는 무언가, 잠들면서 일어날 때까지 그 생각을 하고, 꿈에서도 나오고, 앉으나 서나, 밥을 먹다가도 생각하는 경험. 다른 것들을 다 잊고 그것에만 빠져 있다가, 그러다 무언가가 떠올랐을 때 마구 써내려가면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희열. 비록 미약한 수준이라 할지라도 그 몰입 속에서 설명할 수 없는 궁극적인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 황농문에 따르면 종교적 감정, 영적 감정 같은 그것을 느꼈고, 그랬기 때문에, 사랑했고 또 사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많은 것들 중에서 지금 이 길을 선택했다.
뭐, 어떻게 되었건 여기에 앉아있게
된 시작은 그랬었다.
몇 달 동안 잊고 지냈던 그런 경험들을, 책
“몰입”이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사실 과거의 경험들은 간헐적으로, 정말 의지와 상관없이
우연한 기회에 하고 싶은 것이 발견되고, 그게 또 순전히 재미있어서 몰입하게
되었던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몰입”은 그 경험을 능동적이고, 체계적으로 ‘유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하여 말해준다.
황농문은 말하는, 진정한 몰입에 이르는 다섯 단계는 이것이다.
1. 생각하기 연습: 문제에 대해 하루 20분씩 생각
2. 천천히 생각하기: 2시간씩 생각
3. 최상의 컨디션 유지: 하루 종일 생각
4. 두뇌 활동의 극대화: 7일간 생각
5. 가치관의 변화: 한 달 이상 생각
말하자면, 어떤 한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과 강도를 워밍업부터 시작해서 고도로 높여가는 단계인 것이다. 깊은 생각으로 빠져들며 몰입을 지속할 때 아이디어가 샘솟는 순간이 오고, 궁극적으로는 최상의 삶에 대한 깨달음마저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끝에서 느낄 수 있는, 자아실현 단계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로 발휘하는 ‘최고의 경험’이자 ‘행복의 절정’, 그것이 바로 몰입이다.
나는 내 멋대로, 몰입을 세 가지 키워드로 받아들였다: Relax, Think, Exercise
Relax: 우선 몰입을 위해서는 생각에 빠져들기 위한 최상의 컨디션인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방해가 되는 요소들을 모두 제거하고 생각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발의 준비를 기하도록. 편안하게.
Think: 다음은 깊은 생각이다. “Work hard하지 말고, ”Think hard“하라는 것은 진리다. 특히 공부를 하는 사람은 Think hard 없이 아무것도 생산할 수 없다.
Exercise: 마지막으로, 몰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은 운동이다. 말 그대로 땀을 흘릴 수 있는 육체적인 운동 말이다. 몰입의 맹점은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식음전폐는 기본이요, 세상의 흐름이 멈춰버린 것 같은 깊은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건강을 위해 잠시 생각의 고리를 끊어줄 수 있는 운동은 필수다. (이 부분은 나 역시 최근에 정말 많이 깨닫고 있다.)
시작에서 자기계발서에 대한 개인적
단상을 주절거려 보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몰입’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성공신화나 스토리를 열거하며
이래라저래라 하는 표면적 자기계발서스러운 충고와는 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몰입 경험에
주목하고, 또 이 몰입이라는 개념을 좋아하는 이유는 위에서 설명한대로 이것이 한
개인의 인생에 있어 궁극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덧1) Think Hard와 몰입에 관련해서 내가 정말 사랑하는 동영상 하나.
미드의 ‘빅뱅이론’의 에피소드 중 한 장면인데, ‘물리학자들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라는 제목으로 학내사이트에 올라온 적도 있다.
우리 인도청년 라쉬가 비장하게 왈, “Let's buckle down and work!”.
그러나 그 work가 사실은 think hard임을 아주 제대로 진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다. 이 뒷장면은 보면 둘이 아주 수염이 지대로 자란 초췌한 모습으로, 보드의 물리 식에 대해 아주 치열하게 싸우는 장면이 나온다. 완전 ㅋㅋ.
덧2) 이 책에서 내가 아주 좋아하는 구절
“난 말야,
요즘 온통 그녀 생각뿐이야. 그녀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 달리 설명이 필요
없겠지? 그런데 문제는 밤낮으로 그녀만 생각하다 보니 실제로 그녀를 만났다 헤어져도
내가 실제로 그녀를 만난 것인지, 아니면 나 혼자 상상을 한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 좀 문제가 있는 것 같지?”
아니! 전혀..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 사랑에 빠져 본 사람이라면 공감할 수밖에 없으면서, 몰입의 경지를 꾸밈없이 표현해주는 그런 느낌. 몰입은, 몰입하고자 하는 대상에 대한 강렬하고, 뜨거운 연애이며 사랑이다. 그런 사랑의 황홀함이라.. 연구하는 것에서 느낄 수 있으면 최상일텐데.
덧3)
몰입 경험, 즐거움 그리고 그 몰입 경험에 이르는 방법 역시 알지만, 여전히 몰입의 대상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그리고 그것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많다. 연구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에 대해서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깊은 벽 같은 것이 존재하는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건 두렵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기분 탓일까. 뇌가 물이 되어 수중상태에 계속해서 머물러 있는 느낌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