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을 맞이하면서 2009년 여름을 보내게 해주었던 책들,

그리고 그냥저냥 책을 읽으며 두서없이 적어놓았던 글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그 첫번째가,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 경제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는

유시민 저

돌베개/2002. 01. 28

 

여름,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책.

 

경제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추천하는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를 선택하게 되었다. 여러 파트로 나뉘어져 경제학의 각종 개념에 대해 친절하고 쉽게 설명해주고 있는 책이다. 대학생의 교양서적으로 제격이지. 그렇지만 몇 파트들은 쉽게 읽히지만은 않는다. 물론 집중해서 꼬치꼬치 알아낸 필요성이 없다면 그저 무심히 지나쳐버려도 상관은 없겠지만, 명확하게 개념을 이해하려면 결코 쉬운 책만은 아닐 것이다.

 

 이 책을 통독함으로써 경제학에서 논의되는 여러 개념들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통달하게 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일단 ‘한 번 들어본 것’ 정도로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 책에서 알게 된 것은 경제학이란 매우 흥미로운 학문이라는 것. 이전에 나는 경제학이 매우 합리적이고 힘이 있는 방법론을 가졌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생각이 달라졌다. 경제학은 매우 약점이 많으며 허점이 많은 분야라는 것. 정말 어쩌다보면 ‘말도 안되는’ 것들이 난무해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것은 현상에 대한 설득력있고 파워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심플한 이론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지나치게 사변적이지도, 철학적이지도 않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는 매력이 있다. 과연, 교육학도 그럴 수 있을까?  교육학의 설득력, 교육학의 힘, 소위 이야기가 먹히는 것. 그런 강력함. 늘 고민하게 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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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인: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 번역서이기에 달인이란 말의 원제가 무엇일지 궁금해 찾아봤다. MASTERY다. mastery는 어떤 대상에 대해 완전한 지식이나 이해를 가지고 있거나 어떤 대상에 대해 완전한 지배력이나 힘을 발휘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그러나 이 책의 원제에서 더 주목할 부분은 '천 가지 성공에 이르는 단 하나의 길'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구로 번역된 부제이다. 영어 원제는 The key to success and long-term fulfillment이다. 영어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자면 '성공과 장기간의 충만함에 이르는 열쇠' 정도가 될까? 사실 우리 말로 fulfillment를 번역하기가 마땅치 않다. 편집자 입장에서 볼 때 지금의 번역 제목이 훨씬 마음에 들 것 같긴 하다.

 

  제목 얘기를 길게 한 것은 영어 원제가 이 책의 내용을 훨씬 잘 대표하기 때문이다. 한글 제목을 보면 흔한 성공비결서인 듯하다. 달인을 최고로 대체해도 될 듯하다. 그러나 책 내용을 보면 그렇지 않다.

 

  여기서 달인(master, mastery)은 최고를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 높은 수준에 이른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이 때 수준이란 기술이나 지식 차원의 상대적 위치가 아니다. 기술과 지식이 달인의 길에 이른 사람을 확인할 수 있는 충분 조건은 아니다. 저자 George Leonard에 의하면 달인은 곧 연습의 달인이다. 분야의 활동 자체를 즐기면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자 하지만,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전에 늘 우선되는 장기간의 정체기, 장기간의 연습 기간 또한 즐기는 사람이다. 오히려 인생의 행복, 책의 제목을 따르자면 장기간의 충만함은 바로 그 정체기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책은 성공을 다루는 책이 아니라, 실은 실패를 다루는 책이며, 성공에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니라 성공의 수준과 상관없이 그 과정에 올바로 들어서는 방법을 다루는 책이다. 저자의 주장을 확대하자면 현재의 수준과 상관없이 특정한 기술이나 지식을 배워가는 초입의 사람조차도, 기나긴 정체기 속에서 기다릴 줄 알고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함과 미묘한 변화를 의식할 수 있다면 이미 그는 달인의 길에 들어서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교육학에서 나선형 교육과정으로 알려진 개념과 흡사하다. 예컨대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이제 막 방정식을 배우는 학생은 비록 수학 분야의 성숙도와 비교해 볼 때 턱없이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최고 수준의 수학자가 난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수학적 발견을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방정식을 배울 수 있고 또 그렇게 배우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나선형 교육과정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교육의 효과성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학생의 심리적 발달과 건강 측면에서도 중요한 개념이다. 왜냐하면 수학자가 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수학을 공부할 수 있다면 그가 수학을 보다 즐거워하고 그것의 논리적 탄탄함에 경이로움을 느낄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학을 접한 학생은 수학적 사고라는 것을 제대로 몸에 익힐 가능성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수학의 사고 방식'을 익힌 사람이라면 비록 현재의 수준이 방정식이든, 미적분이든, 수백년 된 수학의 난제이든 그는 이미 달인의 길-경지에 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지 레오나르드는 이와 같은 설명을 위해 합기도를 직간접적인 메타포로 많이 사용하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The key라는 단어도 실은 다소 독자를 의식한 단어 선택이 아니었나 싶다. 동양적 의미의 길, 道라는 뉘앙스가 제대로 전달될 수 있다면 The way가 더 적당했을 것 같다.

 

  이와 같이 최종적인 결과가 아닌 그 과정 속에 인간의 궁긍적 행복이 있고, 역설적이게도 그와 같은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이야말로 최종적인 승자가 된다는 요지의 책이 또 있다. 바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라는 저자로 대표되는 '몰입'에 관한 책들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저자로는 황농문 교수의 책이 유명하다. 이들 책은 합기'도'를 메타포로 한 이 책과는 다른 방식으로, 실제적 문제해결의 원천으로서 몰입을 주로 심리학적 접근으로 보여준다. 결과를 무시하지 않으면서 과정에 집중하고 그 과정이 인간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달인mastery과 몰입flow은 맞닿아 있다.

 

  어느 개그맨의 외침처럼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달인과 몰입 개념은 1등에 오르는 얄팍한 속임수가 아닌 진정한 道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때로는 뚜렷한 성과가 없는 지리한 반복기간과 실패의 순간조차 사랑하게 되는 순간, 우리의 가슴과 영혼이 충만해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by RAVer

 

  1. 달인

    Tracked from OuterHeaven 2010/01/19 18:47

    달인의 사전적 의미는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이렇다고 한다. 그러나 "넌 진짜 회사생활의 달인이다" 라고 감탄할때의 의미는 조낸 이리저리 삐대고 또 삐대도 절대 걸리지 아니하고 상사에게 인정받는 극강 상승무공을 지닌 고수를 말함. ...대충 이런 의미로 쓴다.. 난 아직도 달인이 되려면 멀었다.. 가을날에 동네 경비아저씨 & 등산복 차림 아줌마 퓨전커플이 은행나무 털듯이, 나는 그렇게 오늘 신나게 털렸다...@_@ 할 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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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주도하는 자의 것이다.

 

   지금 진행 중인 몇 가지 연구 프로젝트 하나는 팀 프로젝트이다. 내가 맡은 부분은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과 인간개발지수(HDI)를 비판적으로 리뷰하는 것인데, 당췌 글이 읽히지가 않는다. 초기에는 상당한 관심이 있었으나, 연구주제와 방향을 정하던 때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이후로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나도 힘들고 팀도 힘들다. 맡은 역할 수행을 위해 오랜 시간을 소모하고 있지만 성과는 나오지 않는다. 주도성에 대한 고민은 이렇게 소모되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에서 비롯되었다.

    이 과정을 통해 깨닫게 사실이 하나 있다. 주도적이 되는 것은 자신을 위해서도,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 때 주도성은 다른 사람과 대비된 상대적 수준의 개념이 아니라 절대적 차원의 개념이다. 팀원 네 명 모두가 주도적일 수도 있고 거꾸로 팀원 네 모두가 주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주도적이지 않으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도 힘들어진다. 거꾸로 다른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도 힘들어진다. 팀 프로젝트로 앓아 본 사람이라면 두 문장의 뉘앙스 차이를 이해할 것이다.

   경험으로 내년 프로젝트 구상을 위한 워크샵을 앞둔 이 때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 내년에는 어떤 프로젝트이든지 주도적이 되리라. 모든 프로젝트에서 내가 많은 일을 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많은 일한다고 항상 주도적인 것은 아니고, 거꾸로 주도적이라고 항상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주도적이 될 있을까?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프로젝트의 준비 단계와 초기 단계에서 주도적이어야 한다. 프로젝트 초기, 아니 프로젝트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이지 않으면 이후에 주도적이기 쉽지 않다. 프로젝트 준비기와 초창기는 아직 판이 형성되기 전이다. 판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임무이다. 이 때 어떻게 상황이 전개되는가를 보고 내 위치를 찾아들어가겠다고 마음 먹는 순간, 주도성은 휘발되고 만다.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일, 프로젝트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는 일에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힘을 쏟고 나면, 이후 과정은 탄성이 붙어서 보통 이상의 주도성은 유지되게 된다. 자신이 판을 만들었기 때문에 스스로 또는 팀원들의 기대에 의해 주도성을 발휘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그렇게 큰 그림을 위해 고민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 이후 과정에 대해서도 스스로 관심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가능한 많은 사람들에게 프로젝트를 알리고 프로젝트에 끌어들여라. 그들의 참여도와 역할은 제각각이겠지만, 어떤 모양새로 참여하든 여러 사람으로부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음으로써 프로젝트가 힘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결과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프로젝트 홍보를 통해 형성된 그들의 관심은 이후 프로젝트를 열심히 수행하게 하는 정신적 자극과 지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 프로젝트 어떻게 되어가고 있느냐는 한 마디 질문이 프로젝트에서 주도성을 유지하는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당신이 팀장이든 아니든 프로젝트를 최초에 홍보하였다면 사람들은 팀장이나 다른 팀원이 아닌 바로 당신에게 프로젝트에 대해 물어볼 것이다.

 

   셋째, 프로젝트의 성공을 중요시하는 만큼 팀원 간의 분위기와 화합을 위해 헌신하라. 프로젝트 준비와 초기 단계에서 방향을 올바로 설정했다면, 이후 과정은 자원(resources)의 싸움이다. 그런데 프로젝트를 위한 재정 자원과 시간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의 성패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프로젝트 수행자의 역량이 된다. 그런데 그 역량이란 것이 항상 동일한 수준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니다. 헌신과 몰입 수준에 따라 발휘되는 역량의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또한 개인 역량의 합 + a 로 나타나는 팀 역량은 팀 분위기에 따라 크게 좌우되기 마련이다.

   팀원간 관계에서의 어려움은 "+a"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흥미와 주도성을 상실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수준에서 발휘하는 역량은 물론이고 개인들이 발휘하는 역량 수준도 현격하게 떨어지고 만다. 그러므로 어떤 프로젝트를 정말로 사랑(?)하고 그것을 성공시키고 싶다면, 그래서 주도성을 끝까지 유지하고 싶다면, 프로젝트 자체뿐만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by R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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