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모두 불평등하게 태어난다. 어떤 사람도 같은 조건에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지리적으로 제각각, 시기적으로 제각각, 부모의 성격과 경제적 환경 면에서도 제각각. 그런데 유일하게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자원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간이다. 사실 주어진 인생의 길이도 제각각이다. 어떤 사람은 100세를 넘어 살고 어떤 사람은 일찍이 세상을 떠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매일매일 살 수 있는 시간은 24시간으로 언제나 동일하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루하루 신으로부터 같은 자원을 선물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이 주어지는 24시간이지만 그 시간의 밀도조차 똑같은 것은 아니다. 인터넷을 끄적거리고 오락을 하며 특별히 하는 일 없이 보내는 24시간도 얼마나 많은지! 반대로 열심히 공부하고 책 읽고 소중한 사람을 만난 알찬 24시간도 있지.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는 24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 사람이다. 그런데 번역서 제목을 왜 '남자'라고 했을까? 사람이라고 하면 전혀 다른 느낌이긴 하다. 원제가 궁금하나 <Эма смранная жцзнь>... 이 책의 주인공인 류비셰프도 러시아 과학자이고 저자도 러시아 사람인지라 해석이 안 된다.
류비셰프가 어떤 사람인가 하면 하루 8시간 이상 잠을 자면서도 일 년 평균 60여 차례의 공연과 전시를 관람했고, 70권의 학술서적과 단행본 100권 분량의연구논문, 학술자료를 남긴 러시아의 과학자이다. 대충 이력을 훑어봐도 대체 어떻게 저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나 궁금해진다. 타고난 천재인가? 그런데 이 책은 바로 이 류비셰프가 남긴 일기...라기보다 시간사용일지에 그 비밀이 있음을 보여준다. 류비셰프는 26세가 되던 해부터 다음과 같은 일기를 82세 그가 죽기 전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고 한다.
1964년 4월
7일, 울리야노프스크
곤충분류학 : 알 수 없는 곤충 그림을
두 점 그림. 3시간 15분.
어떤 곤충인지 조사함 -20분 (1.0)
추가
업무 : 슬라바에게 편지 - 2시간 45분 (0.5)
사교 업무 :
식물보호단체 회의 - 2시간 25분
휴식 : 이고르에게 편지 10분.
울리야노프스카야 프라우디 지 - 10분
톨스토이의 <세바스토플 이야기> - 1시간 25분
기본업무 - 6시간 20분 (41~42쪽)
저자는 류비셰프의 사망 후에 이 일기를 보게 되었고 평생의 일기를 보면서 류비셰프 삶의 비결을 찾아내고자 노력한 결과를 이 책에 담은 것이다. 인물서가 늘 그렇듯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 사람에게서 받은 전반적인 인상이 마음에 남는다. 그러나 그가 젊은 학자에게 보낸 편지의 한 귀절은 연구자로서의 삶에 대해 고민하는 나에게 강한 인상을 주어 여기에 옮겨둔다.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는 학자, 그것도 짧은 시간 동안 그러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생각을 하지 않는 학자는 학자로서 아무런 가망도 없습니다. 이제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당신이 지향하는 목표는 대체 무엇입니까? 학문 연구에서 가능한 한 최대의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라면 반드시 깊이 사고하는 시간을 가져야만 합니다. (163쪽)
그런데 시간사용에 관한 그의 원칙은 의외로 단순하며 오히려 나로서는 지키기 어려운 수준이다. 특히 3, 4는 다른 시간관리서적에서는 잘 제시하지 않는 것이다. 10시간을 잔다고? 그리고 피로를 느끼면 바로 중단하고 휴식한다고? 많은 사람이 얘기하는 1,2,5보다 오히려 3,4가 최고의 시간관리의 비결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내 경우 최근 1, 2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 5가 좀 필요하지 않나 싶고, 3,4는 잘 모르겠다.
1. 의무적인 일은 맡지 않는다.
2. 시간에 쫒기는 일을 맡지 않는다
3. 피로를 느끼면 바로 일을 중단하고 휴식한다.
4. 열 시간 정도
충분히 잠을 잔다.
5. 힘든 일과 즐거운 일을 적당히 섞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