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년 3월 26일,
나은 것 같던 감기몸살이 도져 열이 다시 끓기 시작했다. 같이 사는 친구들은 왁자지껄한 소음을 발생시켰다. 컴퓨터?DVD플레이어는 1시간이 넘어가자 헉헉대며 끊겨댔다. 최악의 조건였지만 500원에 영화 한편 보는 시대에 1,500원에 빌린 DVD의 연체료로 800원을 줄 수는 없다는 일념에 기어이 다 보고 말았다.

생각케 하는 한 장면. 통일이 만약 2000년 6월 15일의 남북정상회담의 형식처럼, <간 큰 가족>의 긴급중대발표처럼, 정상간의 결단에 의해 전격적으로 선언된다면, 남북의 국민모두는 한 순간 김노인(신구)처럼 환희의 기쁨을 누리겠지. 놀라운 대화합의 순간, 마지막 분단국의 평화적 통일.

그러나 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주제가 통일이다. 북한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거쳐 연합 그리고 완전한 통일을 이루는 점진적 개방과 통일을 낙관하는 무리도 있다. 북한붕괴 후의 시나리도 중국흡수설, 남한흡수통일, 유엔신탁체제 등 여러 가지로 갈린다.

그럼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러나 이 질문에 '그게 나랑 무슨 상관?'하며 고개를 돌리는 현상이 가장 난점이 아닐까? 남북한의 대립이 독재정권 유지에 유익한 구실이 되었던 시절에 통일은 '우리의 소원'이었다. 그러나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남북한 간에 인적, 물적 교류가 늘어나 통일을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때 통일은 머나먼 주제가 되었다. 무관심한 사람에게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만큼 어려운 것은 없다. 어쩌면 이 <간 큰 가족>도 그것을 위해 계획된 것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통일부와 현대아산이 금강산 촬영 등을 허가하고 지원한 데는 그런 명분이 내세워졌을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당연한 얘기인 것 같지만, 시나리오별 준비가 필요하다. 점진적 개방과 통일 시나리오는 정부에 의해 오히려 충분히 짜여진 느낌이다. 단기간내 북한붕괴, 중국의 북한경제잠식 후 영향력 확대 등에 대비한 정교한 시나리오도 짜여져 있을까? 궁금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조명남 감독이 의식했던 안 했던 <간 큰 가족>은 통일 후 영화사에서 통일과 관련된 영화를 언급할 때면 회자될 테지.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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