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싶어 검색 중에 브이 포 벤데타의 제작노트를 읽게 되었다. 결론적인 얘기이지만 영화보다 제작노트가 짜임새있었던 것 같고, 제작노트를 먼저 읽은 탓에 이 영화가 지닌 메시지를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브이 포 벤데타는 요즘 읽고 있는 김두식 교수의 <헌법의 풍경>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는 영화였다. 김두식 교수는 국민이 국가를 두려워하고 국가가 국민을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국민을 두려워하고 국민이 국가를 감시하는 것이 헌법의 정신이 제대로 발휘되는 양상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헌법을 구현하고 법률을 수호해야 할 법조인들, 판사와 검사와 변호사들이 자신의 부와 지위의 유지를 위해 혹은 각종 인간관계에 매이거나 정권의 압력에 굴하여 직간접적으로 불법에 동참하는 현상을 분석한다. 브이 포 벤데타에도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내가 <헌법의 풍경>이란 책을 읽고 있지 않았다면 <브이 포 벤데타>의 스토리는 현실세계에 교훈은 주되 현실성이 있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헌법의 풍경>을 통해 건전한 개인이 고착화된 구조 속에서 어떻게 그 힘을 잃게 되는가를 보았기에 김두식 교수의 경고를 읽었기에 <브이 포 벤데타>의 스토리가 아주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더군다나 3차 대전이라는 전쟁 이후를 가정한 것이었기에 그와 같은 상황이 충분히 전개될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런 가정을 할 필요도 없이 불과 10여년 전까지 우리 나라의 상황이 그랬고 현재 북한이 그러하며 세계 곳곳의 상황이 <브이 포 벤데타>의 상황과 같다. 10여 년 전이었다면 어쩌면 이 영화자체가 반정권적이라는 이유로 개봉자체가 금지되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